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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러닝 붐의 배경과 확산 과정 (문화, 미디어, 커뮤니티 중심 분석)

by healthandlight 2025. 8. 12.

한국에서 러닝은 과거에는 일부 스포츠 마니아들의 취미였지만, 2000년대 이후 점차 대중화되며 2020년대에 이르러 전국적인 붐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적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 그리고 러닝 문화의 다양화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에서 러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배경과 그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봅니다.

2000년대 초·중반 – 마라톤 중심의 러닝 문화 형성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러닝이라 하면 대부분 ‘마라톤’을 의미했습니다. 당시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은 주로 40~50대 남성이었고, 목표도 기록 단축이나 풀코스 완주에 집중되었습니다. 서울국제마라톤, 춘천마라톤 같은 대형 대회가 매년 열렸고, 언론 보도를 통해 마라톤 완주의 상징성과 성취감이 강조되었습니다.

마라톤 열풍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맞물려 확산되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웰빙’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러닝은 저비용으로 체력과 정신력을 동시에 단련할 수 있는 운동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 시기 러닝 장비 시장도 초기 성장을 시작했습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전문 러닝화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스포츠 매장에서 러닝화를 ‘필수 운동화’로 홍보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다만 당시 러닝은 여전히 ‘마라톤 중심, 중장년층 중심’으로 제한적이었고, 젊은 층과 여성 러너의 비중은 매우 낮았습니다. 러닝이 일상적인 취미보다는 특정 목표를 향한 도전으로 인식되던 시기였습니다.

2010년대 – 스마트폰·SNS와 커뮤니티의 확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러닝 문화는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스마트폰 보급과 SNS의 성장으로, 러닝은 기록보다 ‘경험과 공유’를 중심으로 즐기는 운동으로 재정의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러닝 인증샷, 대회 참가 사진, GPS 러닝 경로를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러닝에 입문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났습니다.

이 시기에 등장한 ‘런 크루(Run Crew)’ 문화는 러닝 붐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런 크루는 동네·회사·동호회 단위로 모여 정기적으로 달리는 모임을 의미합니다. 서울 성수, 한남, 부산 해운대 등지에서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러닝 모임이 속속 등장했고, 음악과 패션 브랜드가 후원하는 러닝 이벤트도 늘어났습니다. 이를 통해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멋과 취향을 드러내는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러닝 대회도 다양화되었습니다. 전통적인 풀·하프 마라톤뿐 아니라, 5km·10km 단축 코스, 테마 러닝, 야간 러닝, 컬러 런 등 색다른 형식이 생겨났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기록 경쟁보다는 친구들과 즐기는 이벤트성 러닝을 선호했고, 이 흐름이 러닝 인구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러닝 대회 관련 사진(컬러 런 color run)

2020년대 – 코로나19와 비대면 러닝의 폭발적 성장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러닝 붐에 결정적인 가속도를 붙였습니다. 헬스장과 실내 운동시설이 장기간 문을 닫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으로 러닝이 선택되었습니다. 공원, 한강변, 동네 산책로에는 러너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러닝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안전한 야외 운동’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이 시기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러닝 앱의 발전이 러닝 경험을 혁신했습니다. 가민, 애플워치, 수트라스(Suunto) 등 스마트워치는 VO₂ max, 심박수, 페이스 분석 등 전문 데이터를 제공했고, 나이키 런클럽(NRC), 스트라바(Strava) 같은 앱은 러너들이 가상 대회와 온라인 챌린지에 참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언택트 마라톤’, ‘버추얼 런’ 같은 새로운 형식의 대회가 속속 등장해 러닝 붐을 유지했습니다.

또한 러닝과 환경 보호, 사회적 캠페인을 결합한 활동이 늘어났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로깅(Plogging)’과 ‘기부 러닝’은 달린 거리만큼 기부금을 모으거나 쓰레기를 줍는 활동으로, MZ세대의 가치 소비 성향과 맞물리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모든 흐름이 결합되면서, 러닝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깊이 스며든 생활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 러닝 붐은 2000년대 마라톤 중심의 전통적 러닝 문화에서 시작해, 2010년대 SNS와 커뮤니티 중심으로 확산되고, 2020년대 코로나19를 계기로 대중적 생활 스포츠로 정착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앞으로도 러닝은 기술·문화·환경 의식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목적과 스타일에 맞는 러닝을 선택하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일부로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러닝 관련 사진 (비대면 러닝)